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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TC

[칼럼] 인간: 사람을 관찰하면 할수록 개를 더 사랑하게 된다

by 흠지니어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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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다양한 분야(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등)로 세분화되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삶에 대한 평가 혹은 인간 내면의 기본적으로 장치된 기재에 대한 해석은 모두 다르지만,

 

최근에 개인적으로는 이기성 혹은 개인의 이기심(이득)을 위한 상호 간의 협력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지역 연구에서도 (법, 정치 제도적) 문명화의 정도에 따라 인간 대 인간 살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살인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여, 보편적으로 '시장 참여자로서 득이 많은 쪽 혹은 잃는 것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합리적 선택 이론에선 전통적인 정치학이나 행정학에서 공익의 대변자라고 보았던 정치인이나 관료도 재선이나 관할권 확대와 같은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인에 불과하며, 정책 결정은 공익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이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행위자들 사이의 '교환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규제하는 정치제도나 공적인 규제 체제를 우선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합리적 선택 이론 중에서도 '공공선택 이론'이라고 한다.

이전 포스팅:https://heum-log.tistory.com/18, [심리] 합리적 선택 이론: 왜 모든 중독 현상마저 합리적이라고 하는가?

 

인간에 대한 견해를 함부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고 견해가 엇갈릴만한 주제인 것 같다.

이에 대한 과거 사상가들의 견해를 정리한 논문이 있어 정리해 보았다.

 

"인간은 법과 권리가 없으면 가장 사악하고 위험한 존재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신에 의한 인간 창조를 믿는 기독교는 좀 달랐을까? 이유는 달랐지만, 인간 비판은 더 독했다.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에게 인간은 타락한 아담의 후예들로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절망과 '현재의 삶에 대한 경멸'을 통해서만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인간은 하나님이 한 주간 내내 일 하느라 피곤해진 막판에 만들어졌다"라고 했는데, 그래서 불량품이 나온 걸까?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의 원조는 고대 로마의 희극작가 플라우투스지만, 홉스 덕분에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언이 되었다. "인간의 조건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라는 뜻이다.

 

홉스는 인간은 선천적으로 협동적이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끊임없는 두려움과 폭력적인 죽음의 위협"이 있고, "인간의 삶은 외롭고 가난하고 역겹고 잔인하고 짧다"라고 보았다. 국가의 존재 이전의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은 만인에 대한 적'일뿐이며, 인간을 협동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국가의 통제하에 있을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인간은 공격적이고 욕심이 많으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조건이고 이성은 대체로 열정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오스트리아 정신병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문명 속의 불만'에서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는 플라우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강력한 공격성을 본능적으로 타고난 동물이다. 결국 그에게 이웃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성적 대상일 뿐 아니라, 자신의 공격성을 충족시키고, 보상 없이 노동력을 착취하고, 동의 없이 성적으로 이용하며, 가진 것을 빼앗고, 모욕하며, 고통을 주고, 고문하고 죽일 수 있는 대상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도대체 동물에 비해 무엇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설령 인간이 위대하다 하더라도 사람과 고등동물 간의 마음의 차이는 정도의 문제이지 종류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한 말이다.

 

"우리에게 단순히 동물과 닮은 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로 동물이다." 영국 철학자 메리 미즐리가 '야수와 인간'에서 한 말이다. "우리 인간이 여기에 있는 까닭은 운석이 지구를 덮쳐서 공룡을 멸종 시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차원적인'대답을 갈구하지만, 사실 그런 답은 없다." 미국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이다.

 

"세상에는 동물과 비교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네덜란드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의 말이다. "영장류를 연구하면 할수록 진화론의 입장에서 가까운 원숭이와 우리 인간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점점 더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의 영장류 동물학자 존 미타니의 말이다.

 

인간 비판은 날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반 출생 주의(Antinatalism)'라는 철학적 정립을 시도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 교수 데이브 베네타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에서 제시한 도발적 주장이다.

  •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 존재하는 것은 항상 해악이다.
  • 태아를 임신 초기에 낙태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 인류가 멸종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베너타는 이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출산 거부는 도덕적인 결정이라고 옹호한다.

이 세상엔 가장 특권 계층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참을 수 없는 괴로움과 성폭행, 살해당할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출산을 두고 "다신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손을 겨냥하고 있기도 한 총알이 꽉 차있는 총으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극 ㅏ집단적으로 자살을 하자고 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자살에 극도로 부정적인 문화에는 반대하며, 존엄사처럼 더 이익이 되는 자살은 합리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듯 인간에 대한 비판은 전방위적으로 치열하게 이루어졌지만, 인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 스스로 비판할 수 있다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여유를 보인다. 그럼에도, 인간이 모든 인간에 대해 늑대는 아닐망정 정말 사랑하기 어려운 존재인 건 분명한 것 같다.

"나는 사람을 관찰하면 할수록 내가 기르는 개를 더 사랑하게 된다."

프랑스 사상가 블레즈 파스칼의 말이다. 그래서 애완동물, 아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파스칼이 미래를 내다본 예언가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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