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ETC

[심리] 합리적 선택 이론: 왜 모든 중독 현상마저 합리적이라고 하는가?

by 흠지니어 2020. 11. 14.
반응형

'인간은 합리적이다' 라는 명제는 사실을 표현한다기 보다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내포한 것 같다.

물론 '합리적'이라는 것에 대한 공통된 정의가 필요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해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 그렇다면 사람 간 불화는 왜 생기는 것인지?
  • 서로 합의가 이루어진 합리성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것인지?

둘 사이의 불화가 생긴다면 아래 네 가지 중 하나 혹은 다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1. 난 합리적이지 않다.

2. 난 합리적이나 상대가 합리적이지 않다.

3. 둘 다 합리적이지 않다.

4. 합리성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르다.

 

보통 2번의 경우 가장 큰 갈등이 발생한다.

 

위 1~4 중 몇 가지 후보를 소거하기 위해서라도,

혹은 스스로에 대해 객관화 된 인지(메타인지)를 하기 위해

'나는 합리적인 사람인가?'라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3번에 대한 빅데이터 기반 통계를 나타내는 보고서(게임이론, 모두 거짓말을 한다(책) 등..)가 매우 많이 나오는 상황이며,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4번을 빗겨가기는 매우 어렵다.

1. 수십년의 시간을 함께한 부부도 서로의 합리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 내 기준의 합리성에 부합하는 행동을 상대가 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다름을 인정하는게 요즘 트랜드이다.

 

친구 사이에도 굉장히 엇갈리는 견해가 나오는 이와 같은 주제에 대한 연구가 있어 아래에 정리해본다.

 

욜로와 같은 라이프트랜드와 함께 취업난, 가파른 부동산 상승으로인한 소위 N포 세대가 속출하는 요즘 한번 쯤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원문 참조: 왜 우리는 의사결정과 인간관계를 뒤섞는가? - 강준만 교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자신의 비만을 걱정하면서도 커다란 초코 과자를 즐겨 먹는사람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 이유를 놓고 A와 B 사이에 오고 간 다음 대화를 감상해보자.
  • A: 그 사람에게는 초코 과자를 먹는 것참는 것보다 효용이 크기 때문이에요.
  • B: 어떻게 그런 줄 알지요?
  • A: 그렇지 않았다면 다르게 선택했을 테니까요.
  • B: 5분간 초코과자를 즐기고서날 내내 자기혐오로 괴로워해도 말인가요? 그게 효용 극대화인가요?
  • A: 미래 가치를 가파르게 할인한 것이지요. 과자 소비가 당장 가져다줄 쾌락이 미래에 자기 혐오로 겪을 고통을 피하는 것보다 가치가 큰 것입니다.
  • B: 늘 합리적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며 살지는 않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하시나요?
  • A: 안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을 하겠습니까?

여기서 B는 영국의 공중보건학자 마이클 마멋이고, A는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 choice theory)'을 신봉하는 합리적 선택론자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강한 영향 속에서 나온 합리적 선택 이론은 개인은 구조가 미리 결정한 역할을 단순히 집행하는 '수동적인 위치'에만 머물러 있다고 보는 '구조결정론'에 반발해 개인을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사회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의사 결정의 주체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다"는 말은 아름답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런 자세를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자기 집을 갖지 못한 처지라면 세상이 잘못 돌아가면서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사태를 보면서 사회구조의 문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과 '구조' 사이의 그 어느 중간에 답이 있는 것이지, 어느 하나에 답이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학자가 그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자신의 간판 상품을 선택해 한 우물을 깊게 파야만 성공할 수 있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자 게리베커는 '합리적 선택 이론'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1988년 '합리적 중독 이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쉽게 말하자면 알콜, 담배, 마약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중독, 일중독, 설탕 중독 등과 같은 모든 중독 현상은 '내일'보다는 '오늘'을 중시하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멋은 비만을 예로 들어 "건강은 자기 책임 이라는 흔한 말에도 합리적 선택 이론의 개념이 내포돼 있다"며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면 비만의 증가가 개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훨씬 많은 요인이 작용한 결과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비만의 증가는 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 그런데 개인의 행동을 바꾸는 것을 왜 개인의 책임으로만 둬야 한다고 말하는가? 사회가 행동 문제의 원인이라면 그에 대해 어떤 사회적 조치를 취할지 논의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런 논쟁은 연구 방법론의 문제이기도 하다. 합리적 선택 이론을 떠받치는 이론적/방법론적 토대는 '개인'수준의 이론에서 집단 수준의 이론을 구성해낼 수 있다는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을 가정하는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가정이다.

 

합리적 선택 이론에선 전통적인 정치학이나 행정학에서 공익의 대변자라고 보았던 정치인이나 관료도 재선이나 관할권 확대와 같은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인에 불과하며, 정책 결정은 공익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이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행위자들 사이의 '교환과정'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규제하는 정치제도나 공적인 규제 체제를 우선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합리적 선택 이론 중에서도 '공공선택 이론'이라고 한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법도 합리적 선택 이론의 분석 대상인데, 이런 연구를 가리켜 '법경제학'이라고 한다.

범죄자도 합리적 인간이라고 가정 할 때, 범행으로 기대되는 이득이 비용을 초과하게 되면 범행에 착수하고, 역으로 기대되는 비용이 그 이득을 초과하게 되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경제학에 반발해 나온 '행동법경제학'은 인간이 늘 비용과 이득(편익)을 정확히 계산해 행동을 하는 합리적인 조냊가 아닐 뿐 아니라 너무도 쉽게 불완전한 정보로 오류가 명백한 판단을 한다고 주장한다.

 

합리적 선택 이론이 모든 사회적 현상에 경제학적 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을 가리켜 '경제학의 제국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합리적 선택 이론이 적잖은 인기를 누려온 것은 불확실성과 모호성으로 가득 찬 세계에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고 있는 그 어떤 질서를 부여해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합리적 선택 이론의 세계는 모든 것이 수학적 공식으로 환원되는 세계이지만, 오히려 그런 단순성과 간결함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따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간 수많은 연구 결과가 밝혀주었듯이, 우리 인간은 합리적 선택 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인 동물은 아니며 '이기적 유전자'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감정과 충동에 의해 행동할 때도 많으며, '이타적  유전자'도 갖고 있다. '이타적 유전자'에 의한 행위도 해석하기에 따라선 어떤 사람들에겐 '합리적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즉, '합리적 선택'의 범주를 좁게 보거나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하나의 고정된 틀로 묶지는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그 어떤 유형의 중독에 빠져 있다면, 그건 합리적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싶겠지만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