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책망함에 있어 꽤나 망설이는 편이다.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생각이 대상을 언짢게 할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이에 대한 칼럼이 있어 정리해봤다.
"자신을 속이는 칭찬보다는 자신에게 유익한 비판을 선호할 만큼 충분한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17세기 프랑스 작가로 풍자와 역설의 잠언으로 유명한 라로슈푸코의 말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칭찬에 손사래를 치는 건 한 번 더 칭찬받고 싶어 하는 욕망의 표현일 뿐이다." 이 두 번째 말이 시사하듯이, 칭찬을 좋아하고 비판을 싫어하는 것은 지혜의 결여라기보다는 본능 아닐까? 그럼에도 그런 지혜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모든 사람을 탓하거나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건 모두 멍텅구리 짓이다." 미국 정치가이자 발명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칭찬이나 비판은 '선택의 게임'이다. 칭찬을 하건 비판을 하건 그렇게 할 만한 누군가를 골라서 해야 효과가 있다. 그런데 늘 비판만 하거나 늘 칭찬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하면 효과가 없는 건 물론이고 자신의 정신 상태나 성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폭로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은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 셈이다."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말이다. 늘 습관적으로 모든 사람을 향해 칭찬만 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일까? 아니면 뭔가 불안해서 그러는 걸까? 아무리 듯이 좋다 한들, 칭찬을 남발하는 사람의 칭찬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책망이 칭찬보다 안전하다."
미국 철학자 랠프 윌도 에머슨의 말이다. 칭찬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책망에도 책임이 따르지만, 칭찬보다는 훨씬 덜하다. 책망을 당한 사람이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면 그건 책망 덕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칭찬을 해준 사람이 실망을 주는 행동을 한다면, 그건 칭찬을 한 사람에게 내내 부담이 된다. 칭찬보다는 책망이 훨씬 많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까?
"나는 찬사를 받을 때마다 당혹스럽다. 매번 사람들이 충분히 말하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칭찬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가슴에 팍 와 닿을 것이다. "정말 그런가?" 하고 뭔가 불안해진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칭찬으로 인해 우쭐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더 많은 칭찬을 받기 위해 애를 쓴다면, 괜찮은 것 아닌가? 다만, 그러다가 '착한 사람 신드롬'에 빠져 사실상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해서 말이다.
"칭찬은 아무리 긍정적일지라도 남에 대한 판단일 경우가 많다. 감사는 통제가 아닌 축하의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미국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의 말이다. 누구 건 칭찬을 받고도 기분이 찝찝한 적이 있었을 게다. 그런 경우의 칭찬은 '평가형 칭찬'일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칭찬을 멀리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평가형 칭찬일지라도 조심스럽게 겸손한 자세로 말하면 상대방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칭찬은 인간관계를 망친다." 일본 심리 카운슬러 이와이 도시노리의 말이다. 아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그는 3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칭찬을 무분별한 애정으로 변경해도 적절해 보임.)
- 첫째, 한 번 칭찬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야 한다.
- 둘째, 칭찬할 때마다 칭찬하는 정도가 커지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 셋째, 끊임없는 지시나 관리가 필요하다.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 역시 가끔 하는 칭찬은 괜찮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의 메시지는 칭찬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끔 '용기 부여'를 해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 실천 방법으로 '고맙다'라는 말을 하라는 것인데, 이건 칭찬이 아닌지 의문이다. 칭찬을 남발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이해하자. 정반대의 주장도 있으니 말이다.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분이군요. 학생들에게 뭔가 긍정적인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다른 선생님들과 똑같아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인 나탈리 골드버그가 학생들에게 칭찬을 하면 듣는 말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는 정직한 지원과 격려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누군가 칭찬을 해주면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평하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결국 자신은 별 볼일 없고 진짜 작가도 못 된다는 쓸데없는 믿음만 키워가려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평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건 여러 인문서의 공통된 주장이다. 생물학적으로도 부정적인 것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것이 생존률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 누군가 당신을 칭찬해준다면, 정말 그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그런 일이 익숙하지 않고 계면쩍더라도, 계속 숨을 들이마시고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칭찬을 받는 것이 이렇게도 좋다는 것을 반드시 느껴 보아야 한다. 작가가 되려면, 자신을 향한 긍정적이고 솔직한 격려를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여유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단을 맞아 나쁜 짓을 하지 않게 된 사람보다 칭찬을 받고 착한 일을 하게 된 사람이 더욱 많다."
영국 소설가 로버트 스미스 서티스의 말이다. 이 말을 인용한 미국 저널리스트 리처드 스텐걸은 "누군가를 격려할 목적으로 지나치거나 과분한 칭찬을 해줄 때가 있는데, 그것은 결코 죄악이 아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에 없는 칭찬인들 어떠랴! 마음에 없을지라도 칭찬은 칭찬이지 않는가.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오늘날 과도한 칭찬은 고사하고 칭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을 우스꽝스럽고 천박하게 추켜세우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나는 넘치는 칭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칭찬을 주장하는 것이다. 칭찬해야 할 일이 있다면, 아낌없이 칭찬해야 한다."
이 주장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책망이 칭찬보다 안전하다지만, 그거야 주로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사적 인간관계에서 칭찬은 다다익선이다. '넘치는 칭찬'이 아니라 '당연한 칭찬'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게 바로 칭찬의 의도하지 않은 장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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