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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TC

[인문]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그 요소는?: 미감, 행복감, 말의 다양성과 사고의 보편성 (2편)

by 흠지니어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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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인문학이란 무엇이며 그 요소는?: 존엄성, 자율성 (1편)

요 며칠간 잘 우려먹던(?) 칼럼을 모두 포스팅하고, 새로운 철학 논문을 뒤적거렸다. 역시 기준은 인기순(인용 수)이고 흥미로운 제목의 논문을 몇 편 골라잡았다. 그동안 '인문적 소양이 요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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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존엄성, 자율성에 이어서 나머지 인문학의 요소(말의 다양성과 사고의 보편성, 미감, 행복감)를 정리한다.

 

미감

미감하면 떠오른는것이 애플이다. 스티브잡스가 그토록 집착한 폰트, 형상, 패키징방식 등등 수치화되어 표현되지 않는 미감이다. 이는 계량화 되지 않는 특징으로인해 많은 기업에서 놓치는 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를 연구하여 상품화에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인간은 이성/비이성이 공존하는 특징이 있으며 비이성의 예시가 바로 미감이다.

  • 아름다움의 정도를 계측할 수 있을까?
  • 아름다움의 정도에 따른 적절한 가격이 있을까?
  • 아름다움이 예쁜 물건을 구매하는 본질적 요소인가? 아름다움에 따라 비약적으로 늘어난 구매비용을 토대로한 타인과의 차별성을 뽐내기 위한 것인지 아직은 모호하다.

기본적으로 행복감이라는 특성이 채움의 행위로 발생하고 채운다는 것은 비어있음을 전제로한다.

따라서 충족감 따른 행복이란 결여의 의식에서 기초된다는 점은 참으로 날카로운 통찰이다.

 

아래는 논문에서 발췌한 본문이다.

참조 논문: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문학의 역할과 과제 -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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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말의 다양성과 사고의 보편성

인간은 완성된 자라기보다는 완성해 가는 이성적 동물이다.

그렇기에 인간에게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다. "인간은 오직 교육에 의해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 인간은 교육이 인간에서 만들어내는 것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가진 소질을 배양시키고, 부족한 소질을 함양시키는 교육을 통해 인간은 성장해간다. 선배 인간이 후배 인간을 가르치는 과정을 거쳐 인간은 인간으로 되어가는 것이다. 신이 '순수 현실'이고 동물이 운명을 지워진 자이며, 기계가 프로그램적인 것이라면, 인간은 '가능적'존재자이다.

 

무릇 '가능성', 그것은 전진으로도 후퇴로도, 상승으로도 추락으로도 나아갈 수 있음인 만큼 인간은 늘 자기독려, 상호 검토를 필요로 한다. 그로 인해 인간에서 말이 발달하고 사고가 깊어진다. 

 

"인간은 분명히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자이다. 이것이 그의 전 존엄성이며, 그의 전 장점이다. 그래서 그의 전체 의무는 필요한 만큼 생각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생각하는 순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자기를 만든자(작가)와 자기의 목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파스칼

 

그런데 사고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활동으로서, 개념과 기호의 체계이다. 계산적 사고는 기호만으로도 진행이 될 수 있으나, 논변적 사고는 개념 없이는 진척이 없다. 개념이랑 복수의 것을 외연으로 갖는 것이니 보편적인 것이다. 보편적인 것은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매개적이고 간접적인 것이다.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성'의 본질이 개념적 사고에 있다고 보는 것은, 인간은 사물을 즉물적*으로 대하지 않고, 개념적으로 다시 말해 표상적으로 대한다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념은 말에 담겨져 있다. 개념은 낱말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은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족속마다 다르기가 십상이고,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변천해간다. 자기 모국어로, 서로 다른 모국어가 담고 있는 개념으로 사고하되, 보편성을 지향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각자 모국어를 가진다는 점에서 인간은 기계와 구별되고, 보편적 개념을 갖는다는 점에서 여느 동물과 구별된다.

(즉물적*=관념이나 추상적인 사고가 아니라 실제의 사물에 비추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인간은 서로 다른 말을 통해 같은 사고를 하는 것이다.

사고의 보편성은 '인류'성립의 기반이되, 말의 다양성은 어족의 독자성과 특수성의 표출로서 '보편성'이 몰아붙이기 십상인 독재성과 획일성을 방지한다. -특정 어족의 말이 인류의 표준이 된다거나, 인류가 특정 하나의 언어만 사용한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을 기계화로 몰아감으로써 인류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인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인종의 다양성과 함께 언어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자칫 그 다양성에서 올 분열과 갈등은 사고의 보편성에 의한 상호소통이 방지해줄 것이다.

 

4. 미감(美感)

인간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를 택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훨씬 더 비싸더라도 다홍치마를 취한다.

잠시 후에 먹을 떡을 형형색색 빚고, 의식주에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장미꽃을 애써 가꾼다. 먼 나라까지 가서 외딴 곳의 미술관을 찾아가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할 일을 미뤄놓고 음악회에 간다. 인간의 미감은 감각에서 발단하지만 정신적 흡족에서 일어난다. 인간의 실존에서 이런 미적 활동은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본원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효율적으로 일하고자 하지만, 때로는 미감을 위해 효율성을 뒤로 미룬다. '미감적 효율성'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5. 행복감

그 성취는 행운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덕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은 늘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은 일반적으로 "필요들과 경향성들의 전적인 충족" 또는 "자기 상태에 대한 전적인 평안함과 만족"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경향성이 향해 있는 것은 대개 부, 명예, 권력, 건강, 장수 같은 것들이다. 사람들은 부와 권력을 가지고 명예롭게 건강한 상태로 친한 이들과 더불어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고, 이러한 바람이 충족되면 최고로 행복함을 느낀다. 저러한 요소들은 사뭇 상대적인 것인 만큼 사람마다 자족의 정도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현재와 예상되는 미래에 자기의 상태가 만족스러우면 행복을 느낀다.

 

보통은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면 만족감도 잠시, 잇따라 새로운 욕구가 생겨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더 큰 성취를 이루면서 오래도록 행복을 느끼고자 한다. 그래서 인간 세상은 성과주의 회오리바람에 휩쓸린다. 그러나 욕구를 줄여나가 평정심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더러는 있어서, 지복(至福: (이를 지)더 없는 행복), 내지 정복(淨福: 맑고도 조촐한 행복)이라는 개념도 있다.

 

무엇인가 충족감에서 행복이 생긴다는 것은 행복이 실은 결여의 의식에 기초되어 있음을 말한다.

충족감이란 결여의식(설령 무의식적이라 하더라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말이다. 무엇인가 결여, 부족함, 허함, 빈것의 의식은 보충, 보완, 완성으로의 욕구를 유발하고, 그 욕구의 충족 여부에 따라서 사람들은 행, 불행을 느낀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에서 만들어내고자 하고, 그 성취에서 행복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사적 욕구 충족의 만족감과는 무관하게 자연적 또는 사회적 쾌적감이나 아름다운 것을 볼 때의 흡족함에서도 행복을 느끼니, 만족감 이상의 행복도 있다. 어느 경우이든 복감 또는 미흡에 의한 불행한 감정을 갖는 것은 인간의 특징이고, 그것은 인간이 감정 작용을 하는 마음을 가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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