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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인문] 두려움: 과거의 불행이 현재를 지배하는 슬픔

by 흠지니어 2020.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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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에서 강신주는 두려움은 과거의 불행한 경험이 미래에도 일어날까 염려하는 감정이라고 한다.

과거에 쓰라린 아픔을 두 번 경험하고 싶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누구나 겪었을 과거의 고통이 현재에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생각해본다.

보통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는 경우가 많다. 내 아픈 경험을 상기하여 곱씹는 과정 자체에는 자신의 (게을렀거나 비겁했던) 추한모습이 동반되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일한 사건을 계기로 그 행위 자체를 금하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예를들어 한 번의 지독히도 아픈 경험으로 인해 연애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인생이라는 그림을 채색함에 있어 중요한 색 한 가지를 빼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여 때로는 죽음, 이별, 실직, 이혼, 가난과 같이 불편하지만 필연적인 것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죽음이 두렵다 하여 죽음을 피해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본인의 장례식에 대해 밑그림을 그려보는 게 낫다.
  • 부모의 노화가 두려운가? 늙어가는(=기능을 상실해가는) 부모에 대해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 애인이 너무 사랑스러운가? 애인의 방어기제도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멋진 모습만 포용해주는건 사랑이 아니다. 추한 모습까지 품어줄 수 있는 그릇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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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과거 불행에 대한 기억과 짝을 이루는 감정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피노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두려움이란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스피노자의 정의는 조금 복잡하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의심스러운 대상미래 또는 과거 사물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다. 여기서 미래의 사물과 과거의 사물이 동일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면 어려움은 쉽게 가실 수 있다. 예를들어 과거 자신을 불행하게 했던 애인지금 만난 다른 애인과 같을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과거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슬픔은 새로운 애인과의 미래를 잿빛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과거의 불행이 집요하게도 미래에 다시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서 생기는 슬픔, 즉 두려움은 바로 이렇게 우리 내면에서 탄생하여 우리의 비전을 지배하게 된다. 그렇게 불행한 과거는 과거지사로 기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의 삶에도 질식할것 같은 무게를 가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동물이다. 그러니 과거가 행복한 사람은 미래를 장밋빛으로, 과거가 불생한 사람은 미래를 잿빛으로 꿈꾸게 된다.

 

  • 병이 걸릴까 봐 두렵다.
  • 해고될까 봐 두렵다.
  • 가난해질까 봐 두렵다.
  • 사랑이 떠날까 봐 두렵다.

이처럼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다. 두려움은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거 상실의 경험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때 병으로 고생했거나, 한때 실직을 했거나, 한때 실연을 당했던 사람은 미래에도 그런 일이 반복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러니까 두려움이란 감정은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발생한다고 하겠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

어쨌든 두려움은 우리의 현재를 좀먹는 감정인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아픈 기억은 우리를 과거로 보내고, 지나친 염려는 우리를 미래로 던져 버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의 삶을 향유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움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가진 것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가진 것, 즉 건강, 젊음, 직장, 애인 들은 모두 항상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혹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잠시 내 곁에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젊음이니 건강이니 모두 어느 사이엔가 떠날걸 염두에 둔다면, 젊었을 때 그리고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게 될 것이다. 해고되든 내가 떠나든 간에 지금 회사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인식한다면, 직장 생활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도 애인도 언젠간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지금 애인과의 근사한 키스에 더 몰입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게 있는 어떤 소중한 것에 대하여 그것이 곁에 머물러 있으면 행복한 것이지만 그것이 떠나 버린다 할지라도, 그것을 상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원래 상태에 돌아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 그러면 안개가 걷히듯 어느 사이엔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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